연차 사용 못하는 가전 노동자, 고갈된 휴식 권리의 심각성
가전 설치 및 수리 노동자의 73%가 연차를 절반도 사용하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국가전통신서비스노조가 실시한 5월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 299명 중 대부분이 연차를 잘 소진하지 못한 이유는 '동료에게 미안해서'라는 응답이 32.0%로 가장 많았고, 그 다음으로 '성과급의 감소'가 30.1%, '연차수당을 받기 위해서'가 26.5%를 차지했다.
이러한 결과는 노동자들이 연차를 사용하지 못하는 주된 이유가 인원 부족과 관련이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활가전 설치 및 수리 기사는 담당 지역과 물량이 정해져 있어, 한 명이 쉬게 되면 다른 동료가 대신 해줘야 하는 상황이다. 고객은 설치나 수리를 기다리는 동안 노동자의 개인 사정을 고려하지 않기 때문에, 노동자들은 휴가를 조정하는 데 압박을 느끼게 된다.
한편, 성과급 감소에 대한 우려도 크다. 생활가전 설치 및 수리 노동자의 임금 구조는 기본급 외에 특정 기준을 넘겼을 때 인센티브가 발생하는 방식이다. 이로 인해 노동자들은 연차를 사용할 경우 소득 손실을 경험할 수 있어, 연차 사용을 미루게 된다. 예를 들어, 노동자가 연차를 쓰면서도 성과 기준에 미치지 못할까 걱정을 하게 된다.
법적으로 연차는 근로자의 권리이며, 일정 수 이상의 출근 시 유급휴가를 보장해야 한다는 점에서, 회사는 노동자의 휴식권 보장을 위해 적정 인원 충원과 대체 근무 체계를 마련해야 할 책임이 있다. 무엇보다도 노동자는 사람인 만큼, 심리적 및 정신적 회복을 위해 충분한 휴식이 필수적이다. 이를 통해 가족과의 시간 및 사회적 관계를 유지할 수 있으며, 노동력의 회복 또한 가능하다.
결국, 연차 사용을 방해하는 구조적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은 노동자의 복지와 직결된다. 유급휴가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는 많은 노동자가 소득을 위해 휴식을 포기하게 되어, 결국 '번 아웃' 상태에 이르기 쉽다. 이러한 문제는 택배기사나 배달 라이더와 같은 직업에서도 유사하게 나타나고 있으며, 체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 노동 시간의 단축과 함께, 노동자들의 실질적인 적절한 휴식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이 사회적으로 및 기업 차원에서도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